메타버스 활성화에 핵심적인 가상현실·증강현실(VR·AR) 헤드셋 판매가 올해 12% 이상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28일(현지시간) <씨엔비씨(CNBC)>는 시장분석업체 ‘CCS인사이트’를 인용해 2022년 전 세계 VR·AR 기기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12% 이상 감소한 960만대로 집계됐다고 전했다. 또 시장조사업체 ‘NPD그룹’에 따르면 올해 미국 VR 헤드셋 판매는 12월 초 기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 줄어든 11억달러(약 1조4000억원)로 나타났다. 이는 페이스북의 광고 사업이 3일 동안 창출하는 매출과 맞먹는다.

NPD의 소비가전 애널리스트 벤 아놀드는 “2021년은 VR 제품을 구매하기에 좋은 시기였다”고 전했다. NPD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내 VR 헤드셋 매출은 전년 대비 두 배 늘어난 5억3000만달러(약 6,730억원)로 집계됐다. 특히 2021년에 ‘소니 플레이스테이션5’ 등의 콘솔이 물량 부족을 겪자 메타의 대표적인 기기 ‘퀘스트 2’는 다양한 프로모션을 진행해 판매량을 끌어올리는데 성공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2020년에 출시된 메타의 ‘퀘스트 2’가 VR 시장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밸브, HP, 소니와 같은 경쟁사들도 VR 기기를 출시했지만 시장의 작은 부분을 차지한다.

그러나 퀘스트2도 이미 출시된 지 몇 년이 지나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메타는 지난 10월 새로운 헤드셋인 ‘퀘스트 프로’를 공개했지만 전문가용 기기이기 때문에 기존 제품보다 1,100달러나 비싸 VR 애호가들도 선뜻 구매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메타는 지난 7월 글로벌 인플레이션 상승을 이유로 퀘스트2의 가격을 100달러 인상했다. 레오 게비 CCS 인사이트 애널리스트는 “메타가 VR 사용자 흡수와 높은 시장 점유율을 위해 헤드셋을 기꺼이 낮은 가격에 판매해왔기 때문에 가격 인상은 예상하지 못 한 일이었다”고 설명했다.

CCS는 2023년에도 경기 둔화와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VR 시장이 부진할 것으로 예상했다. 게비 애널리스트는 “소비자 예산이 빠듯해지며 VR 헤드셋과 같은 비필수적인 제품이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측했다.

오는 2월 소니가 차세대 VR 헤드셋을 550달러에 출시할 예정이지만 플레이스테이션 전용 기기인 만큼 VR 시장에 큰 파급력을 가지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전문가들은 애플이 VR 기기를 출시할 경우 상황이 반전될 수 있다고 전했다. 외신에 따르면 애플은 이르면 2023년 출시를 목표로 AR 기능을 갖춘 VR 헤드셋을 개발 중이다. NPD의 아놀드 애널리스트는 “애플은 매력적인 VR 헤드셋과 이를 작동시키는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게비 애널리스트는 “하룻밤 사이에 VR 시장을 뒤바꿔놓을 수 있는 회사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애플”이라며 “애플은 기기에 기꺼이 많은 돈을 쓰는 매우 충성스러운 팬층을 지녔기 때문에 애플이 헤드셋을 출시하면 매우 좋은 성적을 거둘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시장조사기관 ABI리서치의 에릭 애브루제스 책임연구원은 애플이 기업용 기기를 출시하면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며 개발자들을 VR 커뮤니티로 끌어오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분석했다. 그는 “수천달러에 달하는 기업용 VR 헤드셋의 높은 가격으로 인해 첫해 출하량은 500만대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라면서도 “주요 IT 기업이 만들어내는 최초의 주목할 만한 제품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최경미(kmchoi@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