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살인 P코인도 '검은 돈' 줬다… 무법 거래소 놔두는 국회 왜 [팩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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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마린보이 댓글 0건 조회 4,034회 작성일 23-04-20 09:00본문
코인원·빗썸 등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뒷돈 상장’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업계 안팎이 뒤숭숭하다. 코인 시세 조작 등 가상자산 업계에 사건·사고가 이어지는 가운데, 가상자산업법 제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슨 일이야
지난 11일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1부 가상자산 비리 수사팀은코인원에서 상장총괄 이사였던 전모씨, 상장팀장 김모씨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코인을 상장해주는 대가로 브로커들로부터 각각 20억원, 10억4000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다. 브로커들이 두 사람에게 상장을 청탁한 29개 가상자산 중에는 강남 납치·살해 사건의 계기가 된 ‘P코인’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P코인은 지난 2020년 11월과 이듬해 1월 두 차례에 걸쳐 시세 조작이 이뤄졌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빗썸홀딩스도 불법 상장 피(fee·수수료)를 받은 것으로 보고 지난달 빗썸홀딩스 사무실과 빗썸홀딩스 이모 대표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이번 사태에 대해 코인원은 전모씨 ‘개인의 일탈’이라고 해명하고, 상장 절차는 이미 전면 개편해 불법 소지를 없앴다고 밝혔다.
거래소에서 무슨 일 있었나
200여 개가 난립했던 가상자산거래소는 특금법 시행 이후 현재 27개로 줄었다. 하지만 이들 27곳도 여전히 뒷문 상장과 시세조작 의혹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① 대가 받고 코인 상장?: 거래소들은 2021년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시행에 따른 금융 당국의 가상자산사업자 심사를 앞두고, ‘잡코인’을 솎아내고자 상장 상태인 코인들을 무더기로 상장폐지(상폐) 시켰다. 당시 상폐 대상이 된 코인 발행 사업자가 ‘거래소가 상장피를 요구했다’고 폭로하면서 진실 공방이 벌어졌다. 이에 거래소는 악의적 사실유포라며 맞섰다. 상장피 의혹을 받은 일부 거래소들도 ‘개발·운영비 명목으로 코인을 받긴 했어도, 이는 상장피와는 다른 개념’이라고 주장한다. 다만 가상자산으로서 가치를 충분히 입증하지 못한 잡코인들을 거래소가 상장시켜놓고, 갑자기 상폐시켜 개인 투자자 피해를 키웠다는 비판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2021년 정부는 가상자산 거래 관리 방안을 발표하고, 거래소가 상장피를 받고 코인을 상장시키면 불법으로 보겠다고 했다.
익명을 요청한 가상자산업계 관계자는 “당시만 해도 일부 거래소에선 상장피가 당연한 ‘비즈니스 모델’로 통했다”며 “특금법을 계기로 거래소들이 자체 상장 심의를 정비하면서 상장피를 받는 건 좀 잦아든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② 난무하는 시세 조작: 상장된 코인들의 시세 조작, 일명 MM(Market Making)도 심각하다. 상장초 유동성을 공급하는 수준을 넘어, 목표 가격에 오를 때까지 자전거래(거래량을 부풀리기 위해 동일한 세력이 매수·매도하는 것)를 반복해 인위적으로 코인 가격을 끌어 올리는 조작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 코인 판에 유입된 다단계업자들이 MM을 주도해왔다. 이들은 상장 전 불법으로 투자금을 모집하고, 성과를 부풀리거나 날조해 개인들의 투자를 유도한 뒤 MM으로 가격을 올려 고점에서 매도해 돈을 챙겼다. 가상자산업계 관계자는 “다단계‘꾼’에게 투자하는 피해자들이 나머지 코인을 속칭 ‘설거지(시세조종 물량을 받아주는 행위)’해주는 시장”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진짜 문제는?
①‘밀실 상장’ 언제까지: 기업이 증권 시장에 주식을 상장하려면 영업기간, 자기자본, 매출 등이 상장 요건을 갖춰야 한다. 증권거래소는 상장 규정에 따라 적격 여부를 심사하고, 이후 증권관리위원회 승인 절차를 거친다. 그러나 가상자산 거래소들은 무슨 기준에 따라 심사하는지 공개하지 않는다. 밀실 심사, 뒷문 상장 의혹이 계속 제기되는 배경이다. 게다가 상장 후엔 가상자산 발행자들이 투자자 보호를 위해 정보를 공시할 의무도 없다. 블록체인 인프라 기업 DSRV랩스의 김지윤 대표는 “회사는 어디에 있고, 누구한테 투자 받았고, 발행자와 개발자는 누구이며 개발 코드는 어디에서 확인할 수 있는지 등 발행자에 대한 정보를 투자자들에게 투명하게 공유하도록 의무화만 해도 시장이 건전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② 무법지대 언제까지: 코인 시세 조작은 자본시장법 적용 대상이 아니다. 이 때문에 거래소 업무방해 혐의만 적용이 가능하다. 조정희 법무법인 디코드 변호사는 “가상자산을 규율하는 법을 제정하지 않고 내버려둔 게 계속 문제가 되고 있다”며 법제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홍기훈 홍익대 교수(경영학과)도 “기승전‘법’의 문제”라며 “사후처벌이 강화되고 정부가 불법 행위를 처벌할 수 있다는 의지만 보여줘도 시장이 양지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코인 사기 피해자가 속출하면서 가상자산법 제정 요구가 커지고 있지만, 법안은 국회서 약 2년째 계류 중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실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가상자산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강해서 법제화가 어려웠다”고 말했다.
앞으로는
국회 정무위원회는 지난달 28일 법안심사 제1소위원회를 열고 가상자산법 논의를 시작했다. 합의 가능한 투자자 보호 부분부터 법제화하고 나머지는 추후 논의하는 ‘단계적 입법’으로 처리될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실 관계자는 “기본적인 틀은 기존 자본시장법을 참고해서 만들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1차 입법 논의 대상에서 가상자산 발행·상장 규제 문제는 제외됐다. 이 때문에 부실 코인이 상장되는 사태가 반복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무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투자자 보호를 위한 입법이라도 먼저 되면 부실 코인이 상장돼도 피해를 줄일 수 있다”며 “코인 상장 기준을 국회가 정하긴 어렵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나 유럽 등 국제기준이 정해지면 이를 참고해 구체적인 논의를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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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경 기자 kim.inkyoung@joongang.co.kr
무슨 일이야
지난 11일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1부 가상자산 비리 수사팀은코인원에서 상장총괄 이사였던 전모씨, 상장팀장 김모씨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코인을 상장해주는 대가로 브로커들로부터 각각 20억원, 10억4000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다. 브로커들이 두 사람에게 상장을 청탁한 29개 가상자산 중에는 강남 납치·살해 사건의 계기가 된 ‘P코인’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P코인은 지난 2020년 11월과 이듬해 1월 두 차례에 걸쳐 시세 조작이 이뤄졌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빗썸홀딩스도 불법 상장 피(fee·수수료)를 받은 것으로 보고 지난달 빗썸홀딩스 사무실과 빗썸홀딩스 이모 대표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이번 사태에 대해 코인원은 전모씨 ‘개인의 일탈’이라고 해명하고, 상장 절차는 이미 전면 개편해 불법 소지를 없앴다고 밝혔다.
거래소에서 무슨 일 있었나
200여 개가 난립했던 가상자산거래소는 특금법 시행 이후 현재 27개로 줄었다. 하지만 이들 27곳도 여전히 뒷문 상장과 시세조작 의혹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① 대가 받고 코인 상장?: 거래소들은 2021년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시행에 따른 금융 당국의 가상자산사업자 심사를 앞두고, ‘잡코인’을 솎아내고자 상장 상태인 코인들을 무더기로 상장폐지(상폐) 시켰다. 당시 상폐 대상이 된 코인 발행 사업자가 ‘거래소가 상장피를 요구했다’고 폭로하면서 진실 공방이 벌어졌다. 이에 거래소는 악의적 사실유포라며 맞섰다. 상장피 의혹을 받은 일부 거래소들도 ‘개발·운영비 명목으로 코인을 받긴 했어도, 이는 상장피와는 다른 개념’이라고 주장한다. 다만 가상자산으로서 가치를 충분히 입증하지 못한 잡코인들을 거래소가 상장시켜놓고, 갑자기 상폐시켜 개인 투자자 피해를 키웠다는 비판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2021년 정부는 가상자산 거래 관리 방안을 발표하고, 거래소가 상장피를 받고 코인을 상장시키면 불법으로 보겠다고 했다.
익명을 요청한 가상자산업계 관계자는 “당시만 해도 일부 거래소에선 상장피가 당연한 ‘비즈니스 모델’로 통했다”며 “특금법을 계기로 거래소들이 자체 상장 심의를 정비하면서 상장피를 받는 건 좀 잦아든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② 난무하는 시세 조작: 상장된 코인들의 시세 조작, 일명 MM(Market Making)도 심각하다. 상장초 유동성을 공급하는 수준을 넘어, 목표 가격에 오를 때까지 자전거래(거래량을 부풀리기 위해 동일한 세력이 매수·매도하는 것)를 반복해 인위적으로 코인 가격을 끌어 올리는 조작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 코인 판에 유입된 다단계업자들이 MM을 주도해왔다. 이들은 상장 전 불법으로 투자금을 모집하고, 성과를 부풀리거나 날조해 개인들의 투자를 유도한 뒤 MM으로 가격을 올려 고점에서 매도해 돈을 챙겼다. 가상자산업계 관계자는 “다단계‘꾼’에게 투자하는 피해자들이 나머지 코인을 속칭 ‘설거지(시세조종 물량을 받아주는 행위)’해주는 시장”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진짜 문제는?
①‘밀실 상장’ 언제까지: 기업이 증권 시장에 주식을 상장하려면 영업기간, 자기자본, 매출 등이 상장 요건을 갖춰야 한다. 증권거래소는 상장 규정에 따라 적격 여부를 심사하고, 이후 증권관리위원회 승인 절차를 거친다. 그러나 가상자산 거래소들은 무슨 기준에 따라 심사하는지 공개하지 않는다. 밀실 심사, 뒷문 상장 의혹이 계속 제기되는 배경이다. 게다가 상장 후엔 가상자산 발행자들이 투자자 보호를 위해 정보를 공시할 의무도 없다. 블록체인 인프라 기업 DSRV랩스의 김지윤 대표는 “회사는 어디에 있고, 누구한테 투자 받았고, 발행자와 개발자는 누구이며 개발 코드는 어디에서 확인할 수 있는지 등 발행자에 대한 정보를 투자자들에게 투명하게 공유하도록 의무화만 해도 시장이 건전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② 무법지대 언제까지: 코인 시세 조작은 자본시장법 적용 대상이 아니다. 이 때문에 거래소 업무방해 혐의만 적용이 가능하다. 조정희 법무법인 디코드 변호사는 “가상자산을 규율하는 법을 제정하지 않고 내버려둔 게 계속 문제가 되고 있다”며 법제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홍기훈 홍익대 교수(경영학과)도 “기승전‘법’의 문제”라며 “사후처벌이 강화되고 정부가 불법 행위를 처벌할 수 있다는 의지만 보여줘도 시장이 양지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코인 사기 피해자가 속출하면서 가상자산법 제정 요구가 커지고 있지만, 법안은 국회서 약 2년째 계류 중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실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가상자산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강해서 법제화가 어려웠다”고 말했다.
앞으로는
국회 정무위원회는 지난달 28일 법안심사 제1소위원회를 열고 가상자산법 논의를 시작했다. 합의 가능한 투자자 보호 부분부터 법제화하고 나머지는 추후 논의하는 ‘단계적 입법’으로 처리될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실 관계자는 “기본적인 틀은 기존 자본시장법을 참고해서 만들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1차 입법 논의 대상에서 가상자산 발행·상장 규제 문제는 제외됐다. 이 때문에 부실 코인이 상장되는 사태가 반복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무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투자자 보호를 위한 입법이라도 먼저 되면 부실 코인이 상장돼도 피해를 줄일 수 있다”며 “코인 상장 기준을 국회가 정하긴 어렵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나 유럽 등 국제기준이 정해지면 이를 참고해 구체적인 논의를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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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경 기자 kim.ink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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