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朝鮮칼럼 The Column] 루나의 몰락, 가상자산 규제 더 미룰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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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마린보이 댓글 0건 조회 4,931회 작성일 22-06-07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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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배우 가이 피어스가 주인공으로 나온 2002년 영화 ‘타임머신’에 보면 2030년 달을 개척한다고 핵을 터뜨렸다가 달이 산산조각 나 문명이 파괴되는 장면이 나온다. 최근 이 기억을 소환한 사건이 있었다. 바로 루나 사태다. 개발 2년 만에 글로벌 코인 시장에서 시가총액 8위에 오를 정도로 김치 코인의 대명사로 부상했던 루나는 단 며칠만에 휴지 조각이 되어 버렸다. 김현철의 가요 제목 그대로 ‘달의 몰락’이었다.
루나의 몰락 원인은 매우 간단하다. 루나는 테라라는 스테이블 코인 1개의 가치가 1달러에 ‘페깅’되도록, 즉 고정 환율이 유지되도록 수요 공급을 조절해주는 보조 코인이다. 일반적으로 페깅은 실질 가치를 지니는 담보 자산에 기초해야 한다. 과거 브레턴우즈 체제로 성립된 금본위제 시절 1달러는 금 35분의 1온스에 페깅되어 있었고 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미국 중앙은행이 지불 준비를 위해 충분한 금을 보유하고 있었어야 했다. 그러나 베트남 전쟁 수행에 막대한 달러 지출이 발생하면서 달러 가치에 대한 의문이 들게 되자 주요국들이 앞다퉈 보유 달러를 금으로 태환해 줄 것을 요구하면서 금본위제는 막을 내렸다. 현재 유통되고 있는 대부분의 스테이블 코인 역시 마찬가지로 달러나 가상 자산을 담보로 발행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실제 담보 자산의 가치가 충분한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 그런데 테라는 아예 담보도 없는 상태에서 루나라는 보조 코인의 수급을 통해 페깅을 시도하다 사달이 났다. 애덤 스미스가 수급을 ‘보이지 않는 손’이라고 칭했는데 진짜 보이지 않는 손에 페깅을 맡겼다 아예 시장이 몰락한 격이다.

가상 자산의 가치 유무는 아무리 논쟁해 봤자 결론이 나지 않는 주제다. 아마 기원전 물물교환 시절 우리 조상들은 반짝반짝하고 녹이 슬지 않는다는 점 외에는 별 용도가 없는 금이 왜 가치를 가지는가 하고 다퉜을 것이다. 케인스가 ‘뷰티 컨테스트’ 논쟁에서 말했듯 가치란 각 개인의 주관적 가치 판단에 기초하기보다는 그 개인들이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판단할지에 대한 판단에서 출발한다. 그렇기에 가상 자산은 한때의 해프닝으로 도태될 수도 있고 우여곡절을 겪은 후 기존의 금융시장을 대체할 수도 있다. 이러한 향방을 가르는 것은 기술보다는 사람들의 기대나 신뢰가 절대적인 만큼 아무리 논쟁해 봤자 정확한 결론을 내릴 수가 없다. 과거 당대 최고의 드라마 ‘청실홍실’에서 주인공 김세윤이 정윤희와 장미희 중 누구를 선택해야 하느냐를 놓고 엽서로 투표를 했던 적이 있는데 가상 자산의 가치 유무에 대한 논쟁이 이와 같다.
가상 자산의 가격 변동을 분석해 보면 대체로 ‘로또’성 주식과 유사하다. 즉 엄청난 폭등과 폭락이 교차되는 특성을 보이고 있다. 일반적으로 위험 회피적 투자자들은 이런 특성을 지닌 자산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저평가되어야 한다. 하지만 행동재무학에서 가장 대표적인 이론인 ‘프로스펙스 이론’에서 말하듯 사람들은 일어날 확률이 작은 이벤트를 과대 평가하는 경향 때문에 이러한 자산들을 선호하게 된다. 특히나 지난 정권에서 부동산 가격이 폭등한 탓에 근로소득을 저축해 주택을 장만한다는 공식이 깨지면서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이러한 경향은 더 짙어지게 되었다.

그런데 지난 정권 5년간 가상화폐거래소와 은행의 실명 계좌를 연동시키는 특금법과 자금 세탁 방지를 강화한 것 이외에는 뚜렷한 정책이 없었다. 정권 초기 소관 부처도 아닌 법무부 장관이 엉뚱하게 거래소 폐쇄를 언급했다 서둘러 진화하는 해프닝 이후 아예 방관으로 일관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미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선진국도 마찬가지다. 섣불리 규제했다가 잘못하면 미래 성장 동력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산업을 조기에 도태시킬까 우려되고 그렇다고 놔두자니 온갖 불공정 거래가 난무하면서 소비자 보호가 취약하니 뭔가 하긴 해야 하는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다 시간만 흘러간 것이다.

루나 사태를 기점으로 이제 더 이상은 관련 규제를 미룰 수는 없을 것 같다. 우리나라의 경우 일단 관련 법령을 만들려면 가상 자산의 성격을 규정하고 이에 따라 소관 부처가 시행령이나 시행 부칙을 만들게 되어 있다. 그래서 다른 나라보다 훨씬 더 긴 시간이 소요된다. 따라서 일단 빠른 시일 내에 가상 화폐 거래소들이 공동으로 외부 인사들로 구성된 자율규제기구부터 출범시키고 산하에 상장위원회, 상장폐지위원회, 시장감시위원회와 같은 위원회를 구성, 상장부터 거래 및 체결, 상장 폐지까지 투명성과 공정성을 기해 투자자 보호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이제 더 이상 가상 자산을 규제의 사각지대에서 유랑하게 두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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