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형이 O형에게 장기 이식 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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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마린보이 댓글 0건 조회 4,629회 작성일 22-09-02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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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액형이 달라도 장기 이식 수술이 가능한 시대가 열렸다. 이식용 장기의 혈액형을 O형으로 바꿔 환자 혈액형 종류와 관계없이 이식할 수 있도록 만드는 기술이 개발되었다. 이번에 캐나다 연구팀이 성공한 장기는 신장이다. 공여자가 기증한 신장을 모든 혈액형 환자에게 적합하도록 공통 신장으로 바꾼 것이다. 거부반응이 없는 이 기술은 다른 장기에도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

B형 혈액 항원 제거해 O형으로

지금 이 순간에도 이식용 장기를 애타게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다. 공여자는 한정돼 있는 데다 사람에 따라 자신에게 맞는 장기가 따로 있기 때문이다. 모처럼 장기가 제공되면 의사들은 먼저 환자와 장기의 사이즈가 맞는지, 혈액형이 적합한지 등을 확인한다. 혈액형이 맞지 않으면 면역 거부반응이 나타나 이식이 불가능해진다.

혈액형은 혈액의 적혈구 표면에 있는 당(糖) 분자인 '항원'에 따라 결정된다. 예를 들어 A항원이 있으면 A형, B항원이 있으면 B형으로 나뉜다. AB형 혈액에는 두 항원이 모두 있다. 두 항원 모두 없으면 O형이 된다. A항원과 B항원은 장기의 혈관 표면에도 있을 수 있다.

그런데 혈액을 구성하는 혈장에는 이러한 항원을 인지하고 공격하는 '항체' 또한 존재한다. A형에게는 B항체, B형에게는 A항체가 있다. 항원이 없는 O형은 항체A와 항체B 모두를 갖고 있고, AB형은 항체가 없다.

문제는 서로 다른 혈액형의 장기가 이식되면 환자의 면역계에 있는 항체가 장기를 외부 침입자로 간주해 공격을 개시하면서 면역 거부반응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수혜자 B형에게 A형의 기증자 장기를 이식하면 B항체가 적혈구 표면의 A형 항원을 이물질로 인식해 적혈구를 파괴하는 용혈 현상을 일으킨다.

한편 항원 없는 O형은 항원과 항체 반응을 일으키지 않아 ABO 혈액형 중 유일하게 다른 혈액형에 장기 이식이 가능하다. 긴급 수혈이 필요한 경우에도 이른바 '범용 혈액'이라 불리는 O형 혈액을 주입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반면 O형 혈액형은 A·B형 어느 쪽의 장기도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에 오로지 O형에게서만 장기를 받아야 한다. 그런 만큼 O형의 사람은 적합한 장기를 발견할 때까지 기다리는 시간이 더 많이 걸린다.

면역 거부반응은 장기 이식 성패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관문이다. 그런데 최근 캐나다 몬트리올대 연구팀이 이 같은 문제를 말끔히 해소할 기술을 개발했다. 바로 공여자의 모든 신장을 O형으로 바꾸는 방법이다. 신장 이식은 말기 신부전 환자에게 최적의 치료로 인정받고 있다. 말기 신부전은 신장의 기능이 소실돼 신장의 역할을 대신하는 치료를 받아야 하는 질환을 의미한다. 심혈관 질환 등의 중증 합병증 동반이 빈번해 사람의 생명을 크게 위협할 수 있는 질환이다. 그러나 공여자가 부족해 많은 환자가 신장 이식의 기회를 얻지 못하는 실정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2019년 기준 뇌사자로부터 신장 이식을 받기 위해 등록한 대기자 수는 2만4786명에 이른다.

연구팀은 이식 불가 판정을 받은 3개의 B형 혈액형 신장을 대상으로 실험을 실시했다. B형 신장을 O형 혈액형으로 변환하는 데는 알파 갈락토시다아제(α-galactosidase)라는 효소를 활용했다. 이 효소는 사람의 장(腸)에서 당분(당단백질)을 분해하는 역할을 한다. 장 속의 효소를 이용해 보편적으로 수혈 가능한 O형 혈액으로 바꾸는 기술은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 스티븐 위더스 교수팀이 고안해 2018년 국제학술지 '네이처 미생물학'에 발표한 바 있다. 연구팀은 여기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혈액형 불일치의 신장을 모든 환자에게 이식하려면 이식 전에 항원을 효과적으로 제거하는 것이 필수다. 연구팀은 3개의 B형 혈액형 신장을 맞춤형 화학 혼합물에 5시간 담근 후 정상체온살포기계(NPM)로 알파 갈락토시다아제를 신장 혈관에 주입했다. 그러자 불과 몇 시간 만에 혈관의 항원이 제거됐다. 항원이 없어짐에 따라 B형 혈액형이던 3개의 신장이 모두 O형이 되었다. 연구팀의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일반외과학'에 발표되었다.

장기 대기 시간 O형 가장 길어

인체 장기의 혈액형을 바꾼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월 캐나다 토론토대 외과학부 마르셀로 시펠 교수팀은 사람의 장 속 효소를 이용해 A형 혈액형 공여자의 폐를 O형으로 바꾸는 실험에 성공했다. 당단백질을 분해하는 효소를 폐에 주입하였더니 4시간 만에 A항원이 97% 제거된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O형 혈액형의 폐를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수술해본 결과 면역 거부반응이 나타나지 않았다. 반면 효소 처리를 하지 않은 폐는 O형 혈액형에 거부반응을 보이며 괴사했다. 연구팀의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중개의학'에 실렸다.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KONOS)에서는 국내 장기 이식 현황에 대한 통계자료를 매년 발간하고 있다. 지난 6월에도 발간되었는데, 이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장기 이식 대기자는 A형이 1만2296명, B형 9690명, O형 1만54명, AB형 3817명인 반면 공여자가 기증한 장기는 A형 1038건, B형 793건, O형 1528건, AB형 306건이다. 어느 혈액형의 장기든 대기자의 수에 비해 기증 장기가 턱없이 부족한 상태다.

장기 대기 시간도 혈액형별로 천차만별이다. 보통 O형 환자의 폐 이식 대기 시간은 A형 환자의 평균 2배나 된다. 신장 이식의 경우에도 A형이나 AB형 환자는 대기 시간이 2〜3년인 데 비해 O형이나 B형은 평균 4〜5년이나 된다. 수혈과 마찬가지로 A형이나 B형 환자는 같은 혈액형뿐 아니라 O형의 장기도 이식받을 수 있지만, O형 환자는 O형 장기만 이식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폐 이식이 필요한 O형 환자의 경우 적합한 장기를 기다리는 동안 사망할 위험이 다른 혈액형보다 20% 높다.

의학계에서는 신장과 폐를 O형 혈액형으로 바꾸는 기술은 장기 부족뿐만 아니라 혈액 부족 사태를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몬트리올대 연구팀의 목표는 기술의 상용화다. 이를 위해 연구팀은 효소 처리된 신장의 임상시험을 사람을 대상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이 임상시험이 성공한다면 모든 장기를 O형으로 바꿔 혈액형 장벽을 완전히 없앨 수 있을 것이다. O형에만 의존하던 범용 장기가 획기적으로 늘어나기 때문이다.

모든 혈액형에 이식할 수 있는 범용의 O형 장기를 만든다는 것은 곧 의학적으로 긴급한 환자에게 먼저 장기를 이식, 더 많은 생명을 살리고 장기 낭비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빠른 시일 내에 이에 대한 검증이 이루어져 다른 장기에도 확대 적용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

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 bluesky-pub@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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